
내 인생의 시
어릴 적 나는 ‘시(詩)’라는 말을 들으면 어렵고, 멀게 느껴졌다. 짧은 문장 속에 숨은 의미를 찾는 게 왜 그렇게 힘든지 몰랐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한 구절을 만난 순간, 시는 내 인생의 풍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짧은 문장 안에 담긴 힘이 마음을 흔들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 그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한다는 의미였다. 나는 그때부터 ‘시’가 단어의 조합이 아니라 ‘마음을 부르는 언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중학교 시절, 친구와 다투고 혼자 교실에 남아 있던 날이 있었다. 그때 국어책을 넘기다 다시 만난 게 바로 이 시였다.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더니,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듯, 누군가도 내 이름을 불러준 적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기억 하나로 세상이 조금 따뜻해졌다.
지금도 나는 힘들 때마다 시를 떠올린다. 짧은 시 한 편이 나를 위로하고, 방향을 알려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겐 음악이, 누군가에겐 그림이 그렇듯, 내겐 시가 삶의 쉼표이자 거울이다.
김춘수의 〈꽃〉은 내게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이제 누군가를 볼 때 그 사람의 이름 너머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꽃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언젠가 내 삶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시의 제목은 ‘이름’일 것이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살아가는 것 — 그것이 내가 꿈꾸는 인생이고, 내가 사랑하는 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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