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의 언어로 말하는 인간의 이야기" ―

 

처음 『동물농장』을 읽었을 때, 나는 단순히 말하는 동물들이 나오는 우화일 줄 알았다. 그러나 책장을 덮을 때쯤, 그 농장은 더 이상 농장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그리고 그 안의 돼지들은, 어쩐지 뉴스 속 정치인들과 겹쳐 보였다.

 

동물들은 처음에 평등을 꿈꿨다. 인간에게 착취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외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돼지들은 두 발로 걷기 시작했고, 그들의 구호도 변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이 문장을 읽을 때, 나는 오싹했다. 말장난 같지만, 그 속에는 권력의 잔혹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평등을 외치던 이들이 권력을 쥐자, 그 평등은 가장 먼저 사라졌다.

 

만약 ‘동물농장’이 오늘날 존재한다면, 그것은 SNS 속에서 ‘좋아요’를 먹고 사는 인간들의 세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유롭게 말한다고 믿지만, 결국 누군가의 ‘규칙’과 ‘프레임’ 속에서 춤추고 있다. 돼지가 아닌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가끔은 우리도 모르게 그들의 언어를 쓰고 있지 않을까.

 

조지 오웰은 단지 ‘전체주의 비판’을 넘어서, 권력과 인간 본성의 변질을 이야기했다.

이상은 언제나 아름답게 시작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그 이상을 서서히 좀먹는다.

 

책을 덮은 뒤에도, 나는 내 안의 작은 돼지 한 마리를 생각했다. 남보다 조금 더 나은 위치에 서고 싶어 하는 마음, 편리를 위해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들.
그 돼지를 길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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